연령별 사례

취학 전 아동 사례

만 4세 영철이는 집이나 유치원에서 잠시도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고 계속해서 뛰어다니며 높은 곳에 올라가는 등의 위험한 행동을 한다. 부모가 층간 소음이 걱정되어 주의를 주지만 그때뿐이고 계속 신나게 뛰어다닌다. 놀이를 할 때는 한 가지 장난감을 가지고 오래 놀지 못하며, 본인이 가지고 싶은 생각이 들면 친구의 물건을 마음대로 뺏어서 싸움이 일어나고 결국은 혼나는 일이 잦다. 때로는 특별한 이유 없이 심하게 화를 내거나, 바닥에 드러누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도 하여 유치원 선생님에게서 ‘다루기 힘들다. 에너지가 너무 많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런 행동이런 행동은 집에서도 나타나는데, 동생과 잘 놀다가도 매번 싸워서 엄마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 최근에는 연속 3일 유치원 친구들과 싸우고, 다른 아이 얼굴에 상처까지 내어 다른 학부모가 심하게 항의하는 일이 생기며 유치원에서 진료받아보기를 권하여 내원하였다.

아동 상담, 보호자 상담, 척도 검사 상 ADHD로 판단되었으며, 부모교육을 시행하였다. 부모가 선생님에게도 행동치료 내용을 전달하여 일관되게 행동치료가 시행되면서 행동문제의 30% 정도가 줄어들었다고 하였다.

학습장애가 동반된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초등학교 1학년 민철이는 학교 담임선생님의 권유로 내원했다. 선생님의 보고에 따르면, 민철이는 수업시간에 자리에 앉아 있지 않고 계속 돌아다니고 친구들에게 참견을 했다. 선생님이 아무리 제지를 해도 그때 뿐이고 수업시간에 상관없는 질문을 하고 옆 친구를 건드려서 싸움을 하기도 했다. 또한, 갑자기 교실 밖으로 나가서 운동장에서 놀기도 하고 창틀에 올라가는 위험한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진료실에 들어온 민철이는 의자에 앉아서 계속 팔다리를 흔들다가 일어나서는 의자를 끌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이야기를 하였다. 묻는 말에 대답하기보다는 하고 싶은 말을 하면서 진료실 안의 물건들을 건드리고 전기 스위치를 껐다 켰다 하기도 했다. 모는 민철이가 돌도 되기 전에 걸었고 걷기 시작하면서 뛰었다고 회상했다. 또한, 눈만 떼면 높은 곳에 올라가고 어디론가 사라져서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고 했다. 유치원에서도 규칙 지키는 것을 어려워하고 수업시간에는 착석이 잘되지 않았다. 모는 그저 조금 유난한 남자아이라서 그렇다고 여겼다고 한다. 학교에 갈 준비를 하기 위해서 7살부터 1년 반 정도 동안 한글을 가르쳤지만, 민철이는 받침이 없는 글자를 더듬더듬 읽는 수준이었고 쓰는 것은 더욱 어려워했다. 그러나 수학은 곧잘 해서 국어보다 수학을 더 좋아했다.

검사결과, 민철이의 지능은 평균 상 정도였고 읽기 장애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로 진단되었다. 보호자가 약물치료에 대한 부담감이 커서 학습치료를 먼저 시작하였으나 치료 시간에서조차 전혀 착석하지 못해 학습에 진전이 없었다. 결국, 주의력개선제를 복용하면서 착석이 가능해졌고, 1년가량 약물치료와 학습치료를 하고 나서는 학교에서 지적받는 일도 없고 보통 아이들보다 학습이 우수한 상태가 되었다.

불안이 동반된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초등학교 1학년 현아는 두 달 전부터 아무도 없는 방에 혼자 있는 것을 어려워하고, 화장실을 혼자서 가지 못하여 매번 엄마에게 같이 가 달라고 하기 시작했다. 처음 보는 어른 앞에서는 말을 하지 못하고 엄마 뒤에 서서 쭈뼛거리기 일쑤이며, 눈 맞춤도 잘 하지 못했다. 얼마 전부터는 어둠이 무섭고 엄마를 만나지 못할까 봐 걱정이 되는 일이 많아졌고, 특히 학교에 가면 그런 생각이 많이 든다고 하며 집에 가고싶어 했다. 달래서 겨우 학교에 보내고 나면 쉬는 시간마다 엄마에게 전화해서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고, 종종 배가 아프다며 데리러 오라고 하여 내원하게 되었다.
현아는 아기 때부터 키우기가 까다로운 편이었다. 2살까지는 안아서 재워야 잠이 들 수 있었고 자다가 깨는 일도 많았다고 한다. 새로운 장소에 가거나 낯선 사람들을 만나는 때에는 많이 불안해하여 엄마 옆에서 떨어지기를 어려워했고 4세 경에 어린이집에 가기 시작한 후에도 적응하는데 반년 정도 걸렸다. 어린이집 선생님은 현아가 손톱을 물어뜯고 자주 놀잇감을 바꾸며, 아이들과 어울려 노는 것보다는 그룹 밖에서 지켜보는 일이 많았다고 했다. 현아는 자신이 관심이 있는 놀이나 책에는 잘 집중했지만, 그 외 다른 일에는 무관심한 편이었고 모가 여러 번 지시해도 잘 수행하지 못해서 잔소리를 듣는 일이 많았다. 또한, 초등학교 입학 전에 한글을 다 깨우쳐서 읽을 수는 있었으나 손가락 힘이 모자라서 글을 쓰는 것은 어려워했다. 현아는 등교 준비를 하면서도 느릿느릿하게 움직이고 갑자기 책을 읽는다던가, 보이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아서 엄마에게 혼나는 일이 다반사였다. 모는 등교 준비가 전쟁 같다고 보고했다. 학교에서는 소지품을 잘 챙겨오지 못하고 지우개, 연필, 노트 등 준비물들을 자주 잊어버렸다.

종합 심리 검사 결과, 지능은 정상이었으나 주의력이 떨어지고 불안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 불안이 동반된 ADHD로 판단되었다. 불안이 높은 상태에서 진행된 검사에서 주의력이 다소 낮게 나왔을 가능성이 있어, 우선 불안에 대해 놀이치료를 시작했다. 3개월간의 놀이치료 후에 현아는 혼자 화장실도 갈 수 있게 되고 학교에서 모에게 전화하는 일도 많이 줄어들었다. 그러나 준비물을 챙기지 못하고 수업시간에 멍하니 집중을 하지 못하고, 또래 관계에서 겉도는 듯한 모습은 여전했다. 불안이 호전된 후에도 주의력 저하가 지속되고, 이로 인해 학업이나 또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평가되어 ADHD에 대한 약물치료를 시작하였다. 약물 치료 이후, 전보다 준비물도 잘 챙기고 수업시간에 잘 참여하게 되었다.

동반질환이 없는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아동 사례

초등학교 2학년인 재훈이는 학교에서는 수업시간에 집중하지 않고 손발을 가만히 두지 못하고 꼼지락거리거나 종종 뒷자리의 친구들과 장난을 치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여 선생님께 지적받는 일이 잦다. 가끔은 수업 시간에 큰 소리로 떠들거나 수업 내용과 관계없는 질문을 하며 수업 전체를 방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활동 (예를 들어 체육이나 만들기 수업)을 할 때는 잘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쉬는 시간이나 수업이 끝난 뒤에는 친구들에게 심한 장난을 치거나 놀이를 방해해서 시비가 붙거나, 심하면 주먹다짐을 하는 경우도 있다. 집에서는 부모님이 한번 이야기해서는 듣지 않아 반복해서 지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숙제나 해야 할 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이것만 하고요.’, ’ 자기 전에 하면 되잖아요.’라고 하며 부모의 말을 무시하면서 계속 스마트폰 게임을 하는 모습을 보인다. 부모가 혼을 내도 잠시일 뿐 문제는 반복되었다.

검사결과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로 진단되었으며, 약물치료, 부모교육, 사회기술훈련을 받으면서 수업 태도도 좋아지고 친구들과 싸우는 일도 없어졌다. 사회기술훈련은 2년 정도, 약물치료는 3년 정도 받았으며, 방학 때 약 복용을 중단하고 지켜보았을 때도 약을 먹을 때처럼 잘 지내서 이후로는 모든 치료를 종결하였다.

강박증이 동반된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명수는 초등학교 3학년 남학생이다. 어릴 때부터 고집이 세서 원하는 대로 해주지 않으면 울고 떼쓰는 것이 심했다고 한다. 겁도 많아서 번개, 천둥, 어둠을 매우 무서워했고, 지금도 큰 소리가 나면 깜짝 놀란다고 한다. 또한, 공부에 대한 거부감이 심해서 공부를 잘 시키지 못했고 읽기, 쓰기, 사칙연산도 학교에 다니면서 조금씩 나아졌다고 한다. 수업시간에는 매우 산만하여 거의 수업을 듣지 않는 것에 비해 성적은 중간 정도 나온다고 한다. 1, 2학년 때도 진료를 받아보라는 권유를 주변에서 받았었지만 크면서 괜찮아지겠거니 하고 지켜봤는데, 최근 시험지를 아예 백지로 내버리거나 모 지갑에서 돈을 훔치는 일, 같은 질문을 자꾸 반복하는 문제로 내원하게 되었다.

검사 결과 명수는 주의력결핍 증상과 과잉행동/충동성 증상 모두에서 6항목 이상이 해당되었으며, 강박 증상으로는 “폭력적이거나 무서운 장면이 자꾸 떠오르고, 내 행동의 결과 끔찍한 일이 발생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큰 소리나 특정 소음에 신경이 쓰인다, 질문에 대한 답을 들어도 다시 확인하고 싶다”는 등의 강박사고와, “반복적인 확인 질문, 과도한 손 씻기, 읽은 부분을 반복해서 읽기,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하고 수집하는” 등의 강박행동이 관찰되었다. 이로 인해 ADHD와 강박증으로 함께 진단하고, ADHD에 대한 부모교육, 강박증에 대한 인지행동치료를 함께 시행하면서 주의력개선제인 콘서타(Concerta)와 강박치료제인 졸로푸트(Zoloft)를 같이 처방하였다. 수개월에 걸친 치료 이후 ADHD 증상도 반 이하로 줄어들었고, 강박증상은 1/4 이하로 감소하였다.

적대적 반항장애가 동반된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정훈이는 초등학교 6학년 남학생이다. 근래에 학교에서 화를 잘 내고 자꾸 싸우고 선생님과도 갈등이 생겨 내원하게 되었다. 집에서는 모가 지시하면 엄청나게 짜증을 내고 따르지 않으면서, 부가 지시하면 아무 소리 없이 잘 따른다고 하였다. 모는 아이가 반항적이라는 말을 학교에서 4학년 때부터 들어왔고 진료를 고민했지만, 부가 남자애들은 원래 그렇다고 해서 지금까지 지켜보다가, 최근에 스마트폰 문제로 아이가 부에게 심하게 대드는 일이 발생하면서 진료를 받으러 오게 되었다고 하였다. 어릴 때는 애교도 있었고 친가와 외가를 통틀어서 첫 손주라 양쪽 조부모에게 귀여움을 많이 받았다고 하였고, 모도 아이가 사랑스러워서 요구하는 것은 거의 다 들어주고 지금까지도 스킨십을 많이 하는 등 사랑을 듬뿍 주었다고 하였다. 정훈이는 유치원 때부터 많이 꼼지락거리고, 위험한 행동을 자주 하여 조심하라는 말을 여러 번 반복해야 했으며, 말이 많고, 소리도 많이 지르고, 기다리는 것을 싫어하며, 수업시간에 옆 친구에게 자꾸 말을 걸어 지적을 많이 받았다고 하였다. 또 자기 뜻대로 안 되면 과도하게 분노하여 결국에는 들어주는 경우가 많았다고 하였다.
초등학교를 들어와서 학습은 잘하는 편이었고 친구들도 언제나 많았지만, 싸우는 일이 잦았고, 친구 탓을 많이 했다고 한다. 올해 들어서는 화가 나면 어른이 있어도 심하게 화를 내고 따지고 남 탓을 하고 ‘복수하겠다, 죽여 버리겠다’는 심한 말을 하고 난 후, 화가 가라앉으면 사과하는 일이 반복되었다고 한다. 엄마는 이제 아이와 말하는 것이 두렵고 피하고 싶고, 정훈이가 화를 내면 자주 운다고 하였다.

이에 ADHD와 적대적 반항장애가 함께 있는 것으로 진단하고, ADHD와 적대적 반항장애에 대한 부모교육, 가족치료, 사회기술훈련, 약물치료를 함께 시행하였다. 먼저 부모교육에서는 현재 모가 아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부가 모를 많이 지지해주고 부모가 동일한 훈육을 하도록 권유하였다. 아이가 공격적인 행동을 하거나 떼를 쓸 때 요구를 들어주게 되면 공격적인 행동이 더 늘어나게 됨을 부모에게 교육하고, 합리적인 보상과 제재 방법을 함께 찾아보았다. 또한, 부모도 아이의 공격적인 행동이 나타날 때마다 처음엔 참고 설득하다가 나중에 지나치게 폭발하게 되는 패턴에 빠져 있음을 인식하도록 돕고, 문제행동이 나타날 때마다 초기에 적절하고 단호하게 제재하도록 교육하고 연습시켰다. 아이와 부모가 함께 하는 가족치료를 통해서는 서로에 대한 깊은 분노와 슬픔이 공격적이지 않게 표현되고 전달되도록 도왔다. 이외에는 사회기술훈련을 통해 아이 스스로 행동의 결과 예상하기, 입장을 바꿔 생각하기 등의 훈련을 하도록 도왔으며, 주의력 개선제인 콘서타(Concerta)와 공격적인 충동을 조절하기 위해 리스페리돈(Risperidone)을 같이 처방하였다.
처음 내원했을 때 문제 되었던 증상들은 1년에 걸쳐 조금씩 개선되었으며, 현재 학교에서는 전혀 문제가 없어서 보통 아이들과 다른 바가 없고, 집에서 부모에게 화내는 문제도 전에는 하루에 한 번 꼴로 심하게 화를 냈다면, 요즘은 한 달에 한 번 정도로 빈도가 줄어 공격적인 행동도 많이 호전되었다고 하였다.

동반질환이 없는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청소년 사례

문희는 중학교 1학년 여학생이다. 똑똑하고 공부도 잘 하는데, 지는 것을 싫어하고 자기주장이 강하여 자기 생각과 다른 친구의 주장에 지적하면서 자주 말다툼을 하게 된다고 하였다. 부모는 문희가 유치원 때부터 이런 성향이 있는 것은 알았지만, 큰 문제가 된 적이 없고 성적도 좋아서 그냥 지켜보았는데 선생님이 “문희가 친한 친구가 한 명도 없고, 친구관계에 문제가 있어, 이러다 왕따가 될 수도 있다”며 진료를 권유하여 내원하였다.
어린 시절을 꼼꼼히 살펴보니, 문희는 어른들의 말은 비교적 잘 들어서 크게 혼날 일이 없었는데 친구들과는 고집을 부리며 다투는 일이 아주 어릴 때부터 꾸준히 있었고, 자기 뜻대로 안되면 짜증을 내는 일이 빈번하게 있었다. 또한, 다른 사람의 말을 집중해서 듣지 않고 작은 실수가 잦으며 잘 까먹고 물건을 자주 분실하는 모습도 꾸준히 있었다.

종합적인 평가 결과, ADHD(주의력결핍형)로 진단하였으며 사회성이 떨어진다고 판단되어 메디키넷(Medikinet)으로 약물치료와 함께, 사회기술훈련을 꾸준히 시행하였다. 1년여 정도 치료하며 짜증이 줄고 친구관계도 많이 호전되어, 약을 감량하며 살펴보는 중이다.

우울이 동반된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중학교 2학년 지현이는 평소에 주변에서 지나치게 말이 많고 건망증이 심하다는 이야기를 듣곤 했다. 또한, 행동이 과하고 지갑이나 윗옷 등 물건을 자주 잃어버렸으며, 수업시간에 흐름에 맞지 않는 이야기를 툭툭 해서 지적을 받는 일도 많았다. 정리 정돈이 어려워서 가방 속이나 방이 늘 지저분한 상태였고, 시험 볼 때도 실수를 많이 하거나 뒷장을 풀지 않는 일이 종종 있었다. 친구관계에서도 학교에서 같이 급식을 먹고 이야기하는 아이들은 있었지만, 딱히 친한 친구라고 할 만한 아이는 없었다. 집에서는 핸드폰을 너무 많이 해서 모에게 걱정을 듣는 일이 잦았고 밤에도 핸드폰을 놓기가 어려웠다. 중학교 2학년 초부터 잠이 많아지고 의욕도 없어져서 점점 더 핸드폰 하는 시간이 늘어났고 이유 없이 짜증을 내고 화를 내는 일이 잦아졌다. 부모님은 사춘기려니 생각했지만, 학교 정서검사에서 자살 고위험군으로 분류되어 소아정신과 외래에 방문하게 되었다.
지현이는 중학교 1학년 겨울 방학부터 우울한 기분이 자주 들었고 핸드폰 게임 이외에는 재미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고 하였다. 사실 게임에도 점점 흥미를 잃었지만, 그래도 게임이라도 하고 있으면 시간이 가는 것 같아서 핸드폰을 놓을 수 없었다고 한다. 잠이 들기도 어렵고 잠이 들어도 금방 깨는 일이 많았다. 학교도 가기 싫고 부모님이 하는 말은 다 잔소리로 들려서 화가 난다고 했다.

면담과 검사 결과를 종합하였을 때, 지현이는 우울증이 심한 것으로 평가되어 우울증 약물 복용과 상담을 병행하였다. 치료가 지속되며 점점 우울감이 사라지고 짜증 내는 일도 감소하였고 표정이 밝아졌다. 그러나 호전된 우울 증세와는 달리, 여전히 핸드폰에 집착했고 물건을 잃어버리는 일이 잦았으며 수다스럽고 과장된 몸짓이 관찰되었다. 지현이 자신도 기분은 좋아졌지만, 수업시간에 집중하기 어렵고 친구들이랑 대화할 때도 계속 딴생각이 들고 흐름을 쫓아가기가 어렵다고 호소하여 우울증 약과 주의력개선제를 같이 복용하기로 하였다. 주의력개선제를 복용하기 시작한 후 지현이는 자신이 차분해진 것 같고 말수가 줄었다고 보고했다.

동반질환이 없는 성인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성훈 씨는 34세로, 대기업에 다니고 있는 회사원이다. 그는 임원들에게 일정을 알리는 업무 메일을 보낼 때가 있는데 일정 날짜를 잘못 보내어 수정해서 메일을 다시 보내는 일이 여러 번 있었다. 그는 일정 이외에도 업무에서 중요한 숫자 혹은 철자를 틀리는 실수를 자주 하고 상사의 지시 사항을 깜빡하는 일도 잦다. 그 때문에 상사로부터 혼나는 일이 많아 ‘이 일이 나한테 안 맞나’라는 생각이 들 때도 종종 있다. 또한, 업무시간에 1시간 이상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 어려워 자주 커피를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러 밖에 나가고, 자리에 앉아 있을 때도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끊임없이 펜을 돌린다.

이러한 직장생활의 어려움 때문에 인터넷에서 검색해본 결과, 자신의 부주의함이 성인 ADHD 같다며 병원을 방문하였고 상담 결과 일에서의 자신감 저하 외에 다른 우울이나 불안 등의 정서 문제는 없었다. 과거력상 학창 시절에 늘 준비물을 챙기지 않아서 어머님이 학교로 가져다주셨다고 한다. 주의력개선제를 처방받아 복용하기 시작하면서 회사에서 커피를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러 밖에 나가는 일이 많이 줄었다. 업무에서 실수가 많이 줄어들고 상사로부터 지적받는 일이 줄어들면서 직장생활이 훨씬 만족스럽게 되었다.

불안이 동반된 성인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경수 씨는 30세로 영업부서에서 일하고 있는 회사원이다. 업무 특성상 사람을 많이 만나야 하는데 고객을 만나면 긴장이 되어 무슨 말을 할지 몰라 더듬거나, 상대방이 자신에게 화를 내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사람 만나는 일이 꺼려져 내원하게 되었다. 그는 영업을 하면서 안 해도 될 거짓말을 해서 나중에 해명하다가 결국 직장 내에서 문제가 되는 일이 잦다. 또한, 1-2년에 한 번씩 퇴직을 하여 제대 후 지금까지 4번의 이직을 하였다. 이러한 이직은 더 나은 목표를 위한 과정이 아닌, 단순히 재미가 떨어진다거나 하는 등의 충동적인 결정에 가까웠다.
그는 아주 어릴 때부터 중요한 일을 까먹거나 빠뜨리는 등 실수가 잦아서 혼도 많이 났는데, 혼이 나는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거짓말을 시작한 것 같다고 하였다. 초등학교 때에는 산만하고 거짓말을 많이 해서 병원에 방문한 적이 있으며, 그때 ADHD로 진단을 받고 몇 개월 정도 약물 치료를 받다가, 약을 지속해서 먹는 것이 불편해서 임의로 중단했다고 하였다. 그는 자신의 잦은 실수를 줄이기 위해 메모도 하고 알람도 맞추는 등 노력을 했지만, 동시에 여러 일이 생기면 문제가 생긴다고 한다. 최근 들어서는 불면과 함께 작은 소리에도 깜짝 놀라는 증상도 생겼다.

그는 주의력개선제와 불안을 줄이는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기 시작하였고, 불안과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에 대한 인지행동치료를 시행하였다. 치료를 받으면서 고객을 만나면 긴장되어 무슨 말을 할지 몰라 더듬거나 쓸데없는 말을 하던 증상이 사라지고, 사람에 대한 긴장이 많이 감소하였으며, 잠도 편하게 잘 수 있게 되었다.

우울이 동반된 성인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주현 씨는 25세로 7개월 전 회계 법인에 취직하였고,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로 내원하였다. 현재 직장은 정확성을 필요로 하는 일이 많은데 실수를 많이 해서 회사에서 잘리기 직전이라고 한다. 주현 씨는 특히 일할 때 무슨 일부터 해야 할지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것이 어렵고 혼란스럽다고 한다. 때문에 이 일, 저 일 정신없이 하다 보면 실수가 발견되고는 했는데, 이러한 업무의 지장 때문에 사장님과 면담까지 진행되었다. 회사에서는 한 달 동안 지켜보자고 하여 주현 씨는 바짝 긴장했고 한동안은 실수가 다소 줄었지만, 현재는 실수가 다시 늘어난 상태이고 기분이 너무 참담하다고 보고했다.
주현 씨는 어렸을 때부터 산만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고 정리정돈을 잘하지 못해서 부모님께 자주 혼이 났지만, 당시에는 그다지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첫 면담 시 불우한 어린 시절의 환경과 현재까지의 실패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면담 내내 눈물을 흘렸고 절박한 심리 상태였다.

종합심리평가 상 지적 잠재력이 우수함에도 충동성과 부주의함 때문에 실생활에서 결과는 항상 좋지 않았고, 이러한 괴리가 좌절감과 무기력감을 느끼게 하여 우울증이 함께 있는 것으로 보였다. 먼저 약물치료에서 메틸페니데이트(Methylphenidate)를 시도하면서 차분해지고 잡념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었으나 두근거림, 식욕저하의 부작용이 나타나 아토목세틴(atomoxetine)으로 변경하였다. 이후 자신의 실수가 거의 사라지고 다른 사람의 실수를 알아챌 만큼 업무능력이 향상되었으며, 직장에서 인정도 받게 되어 우울감이 다소 줄어들었으나 불우한 어린 시절로 인한 대인관계의 어려움이 남아있어서 상담치료도 추가로 받기로 하였다.

중독이 동반된 성인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세진 씨는 32세로 주식 투자를 업으로 삼고 있다. 그는 집을 나올 때 물건을 놓고 나오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며, 담뱃불을 아무 데나 비벼 꺼서 공장을 태운 적도 있고 비자 재발급 시기를 놓쳐 외국에서 무비자 상태로 지낸 적도 있다. 중, 고등학교 때는 게임을 많이 했으며 20대 초부터 카지노에서 도박을 하면서 돈도 상당히 잃었고 음주도 매우 잦은 편이다. 과거에 회사원 생활을 잠깐 한 적이 있었지만 오래 가지 못했다. 최근에 중요한 미팅을 앞두고 있어 내원하였다.

학창시절에는 매년 산만하다는 선생님들의 평가가 있었는데 세진 씨는 다른 아이들도 산만하다는 평가를 받는 줄 알았다고 한다. 최근에 피곤해서 술을 마시고 자는 날이 많아졌고 아침에 일어나서 컨디션이 안 좋으면 술을 한잔 더 마시고 잤고 종일 누워 있기도 하였다. 현재 증상, 과거력, 심리평가 등을 고려할 때 알코올 의존이 동반된 ADHD로 진단하였고 주의력개선제와 알코올중독에 대한 약물치료를 시작하였다. 충동적인 느낌과 술 마시고 싶은 마음이 줄어들고, 실제로 술을 마시는 횟수와 양이 줄어들면서 피로감, 무기력감도 줄어들고 집중시간도 길어졌으나, 아직도 술 마시는 횟수가 잦아 금주 교육을 추가하기로 하였다.

2017-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