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Diagnosis이란 병이 있는지 없는지 판단하는 과정을 말한다. 뼈가 부러졌는지, 내시경으로 위염이 있는지 판단하는 것은 비교적 쉬운 편에 속한다. 하지만, 고혈압, 당뇨처럼 혈압이나 혈당이 검사할 때마다 다르게 나오고 결과 수치도 연속적인 경우,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 것이 애매할 수 있다. 이런 경우 전문가들의 합의에 따라 어느 정도 이상은 치료가 필요하다고 권유하는 기준을 정하게 된다. 정신건강의학적인 문제들도 이와 비슷하게 진단기준을 통해 진단한다.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에서 만든 국제질병분류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Disease 10판(ICD-10)과 미국정신의학회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에서 만든 정신질환의 진단 및 통계 편람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5판(DSM-5ⓡ)이 가장 널리 사용되는 진단기준이며, 이 두 가지 진단기준의 내용은 대체로 비슷하다. DSM-5에서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ADHD)의 진단기준은 다음과 같다.
A. 기능 또는 발달을 저해하는 지속적인 부주의 및 과잉행동-충동성이 (1) 그리고/또는 (2)의 특징을 갖는다. | |
1. | 부주의: 다음 9개 증상 가운데 6개 이상이 적어도 6개월 동안 발달 수준에 적합하지 않고 사회적, 학업적/직업적 활동에 직접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정도로 지속됨 주의점: 이러한 증상은 단지 반항적 행동, 적대감 또는 과제나 지시 이해의 실패로 인한 양상이 아니어야 한다. 후기 청소년이나 성인(17세 이상)의 경우, 적어도 5가지의 증상을 만족해야 한다.
a. 종종 세부적인 면에 대해 면밀한 주의를 기울이지 못하거나, 학업, 작업 또는 다른 활동에서 부주의한 실수를 저지름(예: 세부적인 것을 못 보고 넘어가거나 놓침. 작업이 부정확함) b. 종종 과제를 하거나 놀이를 할 때 지속적으로 주의집중을 할 수 없음(예: 강의, 대화 또는 긴 글을 읽을 때 계속해서 집중하기가 어려움) c. 종종 다른 사람이 직접 말을 할 때 경청하지 않는 것처럼 보임(예: 명백하게 주의집중을 방해하는 것이 없는데도 마음이 다른 곳에 있는 것처럼 보임) d. 종종 지시를 완수하지 못하고, 학업, 잡일 또는 작업장에서의 임무를 수행하지 못함(예: 과제를 시작하지만 빨리 주의를 잃고 쉽게 곁길로 샘) e. 종종 과제와 활동을 체계화하는 데 어려움이 있음(예: 순차적인 과제를 처리하는 데 어려움, 물건이나 소지품을 정리하는 데 어려움, 지저분하고 체계적이지 못한 작업, 시간 관리를 잘하지 못함, 마감 시간을 맞추지 못함) f. 종종 지속적인 정신적 노력을 요구하는 과제에 참여하기를 기피하고, 싫어하거나 저항함(예: 학업 또는 숙제, 후기 청소년이나 성인의 경우에는 보고서 준비하기, 서류 작성하기, 긴 서류 검토하기) g. 과제나 활동에 꼭 필요한 물건들(예: 학습과제, 연필, 책, 도구, 지갑, 열쇠, 서류작업, 안경, 휴대폰)을 자주 잃어버림 h. 종종 외부 자극(후기 청소년과 성인의 경우에는 관련이 없는 생각들이 포함될 수 있음)에 의해 쉽게 산만해짐 i. 종종 일상적인 활동을 잊어버림(예: 잡일 하기, 심부름하기, 후기 청소년과 성인의 경우에는 전화 회답하기, 청구서 지불하기, 약속 지키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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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과잉행동-충동성: 다음 9개 증상 가운데 6개 이상이 적어도 6개월 동안 발달 수준에 적합하지 않고 사회적, 학업적/직업적 활동에 직접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정도로 지속됨 주의점: 이러한 증상은 단지 반항적 행동, 적대감 또는 과제나 지시 이해의 실패로 인한 양상이 아니어야 한다. 후기 청소년이나 성인(17세 이상)의 경우, 적어도 5가지의 증상을 만족해야 한다.
a. 종종 손발을 만지작거리며 가만두지 못하거나 의자에 앉아서도 몸을 꿈틀거림 b. 종종 앉아 있도록 요구되는 교실이나 다른 상황에서 자리를 떠남(예: 교실이나 사무실 또는 다른 업무현장, 또는 자리를 지키는 게 요구되는 상황에서 자리를 이탈) c. 종종 부적절하게 지나치게 뛰어다니거나 기어오름(주의점: 청소년 또는 성인에서는 주관적으로 좌불안석을 경험하는 것에 국한될 수 있다) d. 종종 조용히 여가 활동에 참여하거나 놀지 못함 e. 종종 “끊임없이 활동하거나” 마치 “태엽 풀린 자동차처럼” 행동함(예: 음식점이나 회의실에 장시간 동안 가만히 있을 수 없거나 불편해함. 다른 사람에게 가만히 있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거나 가만히 있기가 어려워 보일 수 있음) f. 종종 지나치게 수다스럽게 말함 g. 종종 질문이 끝나기 전에 성급하게 대답함(예: 다른 사람의 말을 가로챔, 대화 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지 못함) h. 종종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지 못함(예: 줄 서 있는 동안) i. 종종 다른 사람의 활동을 방해하거나 침해함(예: 대화나 게임, 활동에 참견함. 다른 사람에게 묻거나 허락을 받지 않고 다른 사람의 물건을 사용하기도 함. 청소년이나 성인의 경우 다른 사람이 하는 일을 침해하거나 꿰찰 수 있음) |
B. 몇 가지의 부주의 또는 과잉행동-충동성 증상이 12세 이전에 나타난다. | |
C. 몇 가지의 부주의 또는 과잉행동-충동성 증상이 2가지 또는 그 이상의 환경에서 존재한다. (예: 가정, 학교나 직장, 친구들 또는 친척들과의 관계, 다른 활동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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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 증상이 사회적, 학업적 또는 직업적 기능의 질을 방해하거나 감소시킨다는 명확한 증거가 있다. | |
E. 증상이 조현병 또는 기타 정신병적 장애의 경과 중에만 발생되지는 않으며, 다른 정신질환 (예: 기분장애, 불안장애, 해리장애, 성격장애, 물질중독 또는 금단)으로 더 잘 설명되지 않는다. |
학교나 지역사회에서 ADHD가 의심되는 아동에게 손쉽게 시행해 볼 수 있는 것은 간이척도 또는 평가척도라고 부르는 것들이다. 평가척도에서 높은 점수가 나왔다고 해서 진단되는 것은 아니며, 보다 정밀한 검사를 시행할 필요가 있는 아동을 골라내는 선별검사의 역할을 하고, 추후 증상의 변화를 파악하는 데 유용하게 사용된다. 대개 본인의 평가는 문제가 없게 나오는 경우가 많아, 부모나 교사 같은 보호자의 평가를 많이 사용하는 편이다.
본인의 판단에 따라 다르게 표시할 수 있는 증상평가척도와 달리, 컴퓨터를 통해 대상자의 주의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검사인 지속수행검사Continuous Performance Test(CPT), 종합주의력검사Comprehensive Attention Test(CAT), 정밀주의력검사Advanced Test of Attention(ATA)도 진단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러한 전산화된 검사도 검사를 수행하는 동안 피검사자의 동기나 정서 상태에 영향을 많이 받고, 다른 질환에서도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전적으로 믿을 수는 없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ADHD로 확진(확실히 진단)하기 위해서는 전문가와의 면담이 반드시 필요하다. 면담을 통해 ADHD의 핵심증상과 가정, 학교에서의 문제 외에도, 학원, 친척, 친구관계 등 여러 상황에서의 적응상황과 기능에 대해 물어볼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 아동, 대개 아동과 가장 많이 접하는 어머니 외에도, 아버지, 낮에 일시적으로 봐주는 보호자, 교사 등 다양한 정보원으로부터 정보를 얻고, 정보의 불일치에 주목하면서, 기능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전문가와의 면담을 구조화하여 역학조사나 연구에 사용하는 확진 도구로는 정서장애와 조현병을 위한 아동 질문목록Kiddie-Schedule for Affective Disorders and Schizophrenia(K-SADS), 아동을 위한 진단면접 질문목록Diagnostic Interview Schedule for Children(DISC)이 있다.
또한, ADHD를 진단하는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과정이 감별진단Differential Diagnosis과 동반질환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주요우울장애와 양극성장애의 진단기준 중에는 ‘집중력이 저하된다’는 항목이 들어있다. 즉, 주요우울장애나 양극성장애 상태인 경우 집중력이 떨어지는 증상을 경험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는 것이며, 이 상태를 ADHD로만 판단한다면 이는 심각한 오진일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혹시 다른 질환의 증상이 ADHD처럼 보이는 것은 아닌지’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게다가 ADHD는 적대적 반항장애, 품행장애, 불안장애, 학습장애, 틱장애, 물질사용장애, 기분장애 등이 동반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혹시 다른 질환이 동반된 건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출생력, 발달력, 과거병력, 가족력 등을 포괄적으로 확인하고, 지능검사, 정서검사도 대개 시행하게 된다. 갑상선질환, 대뇌손상, 경련성 질환, 납과 같은 중금속 중독, 취약 X 증후군 등 ADHD와 비슷한 증상을 보일 수 있는 의학적 질환이 의심될 경우, 신체검사, 혈액검사, 뇌 영상검사, 염색체검사 등을 시행할 필요가 있으나, 대개는 드물기 때문에 과거력상 의심되지 않으면 대개 시행하지 않는다.
DSM-5에서는 이렇게 진단을 내린 후, 주의력결핍 우세형(부주의형)인지, 과잉행동/충동 우세형인지, 복합형인지 유형을 나누고, 현재 증상이 얼마나 심각한지 경도, 중등도, 고도로 명시하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ADHD를 진단하는 과정은 단순하지 않으며, 종합적으로 모든 정보를 취합한 후 임상적으로 신중하게 판단하는 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