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묻는 질문

Frequently Asked Questions
  • 자주 묻는 질문
자주하는 질문
번호 제목
35[기타] 우리아이, 자존감과 사회성의 관계


우리아이, 자존감사회성의 관계

: 나를 가치롭게 여기는 마음 ‘자존감’, 남들과 잘 어울리는 능력 ‘사회성’



진료실에서 만난 엄마들의 목소리를 빌어 사회성이 부족한 아이들의 모습을 살짝 들여다보자.


“학교에서 친구들하고 노는 것보다 혼자 노는 걸 좋아해요. 늘 친구들하고 동떨어져 있어요.”
“친구를 너무 사귀고 싶어 하는데 애들이 자기를 안 좋아한대요. 친구들 눈치도 많이 보고, 어떨 땐 친해지고 싶어서 아무 부탁이나 다 들어주고 먹을 것도 사주고 그래요.”


자기 마음을 이야기할 수 있는 나이가 된 아이들은 스스로 자기 마음을 털어놔 주기도 한다. 


“친구를 어떻게 사귀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친해지는 게 어려워요.”
“(친구한테) 서운한 게 있어도 그냥 말 안 해요. 말하면 친구랑 관계가 멀어질 것 같아서요.”
“애들이 저만 따돌리는 것 같아요. 왜 그런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상처받느니 기대하지 않고 차라리 혼자인 게 편해요”


이렇듯 친구 관계의 어려움은 다양한 모습으로 생긴다. 친구 관계의 어려움은 왜 생기는 걸까? 아이의 마음에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 걸까? 뜻밖에도 이야기는 아직은 친구 관계와는 별 관련이 없을 것 같은 아이 인생의 초기로 거슬러 거슬러 올라간다. 


 

잠시 사회성의 정의를 살펴보자. 사회성이란 다른 사람과 관계 맺고 싶어 하는 마음, 맺은 관계를 잘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관계에는 그 관계를 맺는 나와 상대방이 존재하는데 이 관계에는 원형이 있다. 바로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맺는 엄마와의 관계이다. 이때 만들어진 나에 대한 이미지와 대상(상대방)의 이미지, 관계의 기본 생김새가 평생 지속되며 아이의 자존감을 형성하고 사회성의 기초가 된다. 갓 태어난 아기들은 배가 고프거나 추울 때도, 불안할 때도, 억울할 때도 엄마가 필요하다. 아기가 자신의 존재를 아껴주고 신뢰할 수 있는 엄마를 반복적으로 경험하면 아기는 이런 경험을 통해 ‘엄마는 내가 필요할 때마다 있어 줘. 엄마는 앞으로도 내가 필요할 때 있어 줄 거야.’라는 믿음을 가지게 된다.


이렇게 시작된 마음은 ‘세상은 우호적이다’ ‘세상은 신뢰할 만한 곳이다’ 라는 믿음으로 연결된다. 세상과 상대방에 대해 근본적인 믿음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근본적 믿음(basic trust)의 형성은 에릭슨이 말한 인생 최초의 발달 과제이다. 세상에 대한 기본적 신뢰감은 자아에 힘을 실어준다. 이러한 힘은 상대방, 세상에 대해 긍정적 기대를 갖게 한다. 만약 세상이 기본적으로 믿을 만하다면 내가 필요로 하는 것들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을 믿을 수 있다. 이 과제를 달성하는 것에 실패하면 세상에 대한 근본적 불신이 생긴다. 세상은 나에게 우호적인 곳이 아니고 믿을 만한 곳이 아니며 따라서 나는 우호적 대접을 받지 못하는 가치 없는 사람이라고 여기게 된다.


엄마와의 관계가 편안하지 않았던 아이들은 ‘엄마가 나와 함께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엄마는 내가 불안할 때 달래주지 않아’라는 경험을 한다. 그리고 그 이유를 자신이 사랑받을 만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대상관계 이론을 적용하면 ‘거부하는 차가운 엄마’와 ‘거부당한 무가치한 아이’의 관계가 마음속에 자리 잡게 되는 것이다. 이런 관계 형성을 정신분석에서는 내적대상관계(internal object relationship)라고 부른다. 앞서 말한 관계의 기본적인 생김새를 말하는 것이다. 이런 내적 대상관계를 가진 아이들은 친구들과 관계를 맺을 때도 친구들이 자신을 받아들여 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자존감이 낮은 아이들은 대인관계를 피하고 혼자 있기를 좋아한다. 자신을 만족스럽지 않게 생각하고 남들도 자기를 좋아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우리는 모두 우리를 수용해주는 엄마와 같은 존재가 필요하다. 나의 하나하나가 훌륭하다고 확신시켜주고, 어떤 일이 일어나도 나를 위해 있어 줄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 그런 존재가 필요하다. 이런 필요들은 밀러가 말한 ‘건강한 자기애적 양식’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바로 내 모습 그대로 사랑받고 인정받는 것, 특별한 돌봄과 대우를 받는 것, 엄마가 떠나지 않으리라는 확신을 갖는 것, 진정의 보살핌을 받는 것 등등이 모두 포함된다. 어린 시절에 이런 필요들이 잘 충족된다면 성인이 되어서 이런 것들을 찾아다닐 필요가 없게 된다. 반대로 이런 건강한 자기애를 키우기 어려운 환경에서는 자기애적 박탈(narcissistic deprivation)이 생긴다. 아이가 무조건적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신의 모습을 긍정적으로 비추어주는 거울 반응을 얻지 못했다면, 아이는 세상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감을 키우지 못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아이는 계속해서 무엇인가에 확인받고자 하는 욕구를 가지게 된다. 마치 그렇게 확인받지 못하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오늘 진료실에서 만난 한 아이의 엄마가 생각난다. 원래는 아이가 친구를 잘 못 사귀는 것 때문에 아이가 어떤 어려움이 있는 건지 궁금해서 찾아오셨다고 했다. 아이가 자라온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친구 문제 말고 다른 얘기들도 나누게 되었다. 그러다 문득 “그런데요, 선생님” 하면서 말씀을 꺼내셨는데 아이가 “엄마 나 사랑해?”라고 하루에도 수십번을 물어본다고 하시는 것이었다.  “응, 그럼” 하고 대답을 해줘도 잠시 뒤면 또 같은 질문이 날아온다고 하시며 “대체 우리 아이는 왜 이러는 걸까요?” 하고 물어보셨다.


모든 엄마는 아이를 사랑한다. 오늘 찾아오신 이 엄마도 아이가 걱정되고 아이의 마음이 잘 자라길 원해 병원에 데려오셨고 아이를 사랑하는 보통 엄마이셨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때에는 아이가 맺은 관계의 기본 생김새가 튼튼하지 못한 경우도 있게 된다. 아이가 친구를 잘 사귀고 잘 어울리는 아이가 되도록 도와주는 것은 나와 아이의 관계를 튼튼하게 다듬어 주는 것이 그 좋은 시작이 될 수 있다.



 참고문헌

 

 아이들이 사회를 만날 때, 글항아리(2021),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기획.




34[치료] 시간 관리가 어려운 그대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