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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증상] 욱하는 성격 때문에 이별한 당신에게


욱하는 성격 때문에 이별한 당신에게



24세 남성 M 씨는 여자친구와의 이별 이후 가슴 두근거림과 두통, 불면을 주소로 내원했다. 정신건강의학과 같은 곳에 자신이 오게 될 것이라고는 평생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었지만, 지금은 너무 힘들어서 도저히 안 올 수가 없었다고 하였다. 헤어진 전 여자친구와 교제한 지는 2년 정도 되었는데, 헤어졌다 만나기를 수차례나 반복했으며, 이번에는 정말 끝인 것 같다고 하였다. 사연을 들어보니 매번 헤어지는 이유가 똑같았는데, 별일 아닌데 자신이 너무 욱해서 화를 내는 것이 항상 문제였다. 순간 화가 나면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고 벽을 치거나 물건을 던지게 되는데, 정신을 차리고 나면 바로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고 한다. 용서를 비니 여자친구가 몇 차례 기회를 주었지만, 이번에는 자신이 여자친구에게 손찌검했기 때문에 결국 떠났다고 하였다. M 씨는 두통과 불면 때문에 왔지, 원래 자신의 ‘욱하는 성격’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라며, ‘어차피 사람 성격은 잘 안 변하잖아요? 약에 의존할 게 아니라 제 의지가 중요한 거지’라며 면담에 회의적이었다.


M 씨의 말이 맞다. M 씨의 문제가 ‘성격’ 탓이라면, 그것은 평생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성격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흔히 평생 잘 변하지 않는 사람의 행동 성향과 선택하는 스타일을 성격이라고 한다. '비슷한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하려 하는가?' 겁이 많은 사람은 안전한 선택을 하려는 경향이 있다. 호기심이 많은 사람은 낯선 것을 선택하려 한다. 욱하는 사람은 뜻대로 되지 않을 때 공격적인 행동을 한다. 이런 것을 성격이라고 부른다. 겁, 호기심,  욱하는 성향, 끈기, 관심받으려는 성향 등등...



그럼 성격과 병의 차이는 무엇일까?


꼼꼼하게 일을 처리하는 것은 성격일까, 병일까? 집을 나설 때마다 문이 잠겼는지 4, 5번 확인을 한다면 성격일까, 병일까? 부부싸움을 하다 칼을 들었다면 이건 있을 수 있는 일일까, 성격일까, 병일까?


아마도 어떤 문제를 병이라고 하려면 당연히 정도가 심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성격과 병을 구분하는 기준을 정한다는 것은 사실 쉽지 않으며 애매한 측면이 많다. 하루에 손을 10번 씻는 것은 평소에는 과도하다고 볼 테지만, 감염성 질환이 유행하고 있을 때는 오히려 필요하다고 볼 것이다. 배우자에게 손찌검하는 것은 평소에는 문제라고 판단하겠지만, 배우자가 외도해서 때렸다고 하면 우리는 손찌검이 당연하다고 이해해 줄 지도 모른다.


이처럼 애매한 측면이 있지만, 세상에서는 치료 필요성에 대한 판단을 내리고 조치를 해야 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에, 진단기준이라는 것을 만들어서 사용하고 있다. 고혈압의 기준은 140/90으로 하고, 지적장애의 기준은 지능지수 70으로 정하고, 걱정이 과도하면 불안장애라고 부르고, 과도하게 확인하면 강박장애, 과도하게 무기력하고 의욕이 없으면 우울장애, 과도하게 욱하면 충동조절장애나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라고 부른다.



그러면 예민, 짜증, 화, 욱, 분노폭발, 감정기복, 공격적인 모습이 심하면 다 같은 병일까? 그렇지 않다.



겉으로 드러난 모습은 비슷해 보여도 그 원인이 다를 수 있다.  


1) 너무나 간절히 바라던 일이 뜻대로 안 됐다면, 이처럼 욱하는 것은 너무 당연할 수도 있다.

2) 화를 많이 내는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불합리하고 억울한 상황의 문제일 수도 있다.

3) 학대나 큰 심리적 충격을 받은 사람이 불안해하며 피하기보다 오히려 화를 많이 내기도 한다(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4) 성격적으로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 자존심을 자극하는 말을 들어서 격분한 것일 수 있다(자기애적 성격).

5) 타인의 사랑과 관심이 매우 필요한 사람일 경우, 상대가 떠나려 하는 느낌을 받을 때 극심한 불안과 함께 심하게 분노할 수 있다(경계성 성격).

6) 어릴 때부터 매사 걱정이 끊이지 않던 사람인데, 걱정하는 일이 일어날 것 같으면 극도로 짜증을 내게 된다(불안장애).

7) 꼼꼼하거나 강박이 심한 경우에 예정대로 일 처리가 되지 않으면 엄청나게 분노 폭발할 수도 있다.

8) 우울증의 경우에도 우리는 흔히 우울해하고 무기력하기만 할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각종 신체 증상과 함께 짜증 내고 욱하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매우 흔하다.

9) 알코올 중독의 경우도 혈중 알코올 농도가 떨어질 때 갑자기 버럭 화를 내는 경우가 매우 흔하다.

10) 평생동안 성격이 강하고 욱해서 사람들과 잘 다퉜다면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일 수도 있다.


이처럼 자주 욱할 경우 구분해봐야 할 가능성은 매우 많으며, 때로는 여러 가지가 겹칠 수도 있다.


정확한 진단을 어렵게 하는 또 다른 흔한 이유는, '평생 그렇게 살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평생 우울하게 산 사람은, 원래 인생은 이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족들도 그는 원래 이런 사람이었다고 생각하고, 고쳐야 할, 또는 달라질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게 된다. 평생 불안하게 걱정하며 살아온 사람은 남들은 과도하게 생각하는 걱정을 당연하게 여긴다. 이 정도의 걱정을 정상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욱하는 경우도, 남들이 보기엔 심각하다고 생각하는데 자신은 그냥 성격이고 정상이라고 판단하기 쉽다.


M 씨의 경우 추가 심리검사, ADHD 검사, 발달력 평가를 통해 확인해본 결과, '평생 욱하는 성격'이라고 말했던 부분은 ADHD로 진단되었다. 즉, 가벼운 성격의 문제라기보다 심각한 병의 수준이라는 것이고, 평생 변하지 않는 특성이라기보다 치료를 통해 나아질 수 있는 문제인 것으로 판단되었다. 그는 평소 쾌활한 성격에 소위 말하는 ‘인싸’였지만, 덤벙거리거나 깊이 생각지 않고 한 행동 때문에 일을 그르치고, 자주 욱해서 싸우는 바람에 잘 지내던 친구와 멀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충동적으로 소비하고, 과음하고, 직장에서 다투고 나와버리는 일도 잦았다. M씨는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를 받은 후, 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직장에서도 전처럼 다투지 않고 안정적으로 다니고 있으며, 최근 만나기 시작한 이성과도 순조롭게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참고문헌

 Barkley RA, Myrphy KR, Fischer M. ADHD in Adults: What the science says. Guilford Press: 2008. P245-399​



25[치료]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를 가진 성인과 청소년을 위한 인지행동치료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를 가진

성인과 청소년을 위한 인지행동치료



약물치료는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를 가진 아동이나 청소년뿐 아니라 성인 환자에게서도 주요 증상 완화에 효과적이다. 하지만 성인의 경우 약물치료에 대한 효과가 아동에 비해 다소 낮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특히 계획하기의 어려움, 조직화 능력의 결함이나 시간 관리의 어려움 같은 증상들은 약물치료만으로는 충분히 개선되지 않는데, 이러한 증상은 회사 업무나 일상생활에 상당한 어려움을 일으킬 수 있다. 또한, 일부 성인 환자에서는 약물치료의 효과가 떨어지거나 부작용 때문에 약물치료를 못 하는 경우도 있어 대안적 치료가 필요하다. ADHD로 고통받는 성인이나 청소년을 위해 개발된 인지행동치료에서는 시간 관리, 조직화, 충동조절, 정서조절 등 다양한 대처 방법을 매우 구체적으로 가르쳐 준다.


ADHD를 위한 인지행동치료의 첫 목표는 시간관리기술을 익히는 것이다.


그러려면 시간인식능력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이들은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도 자신이 하는 활동을 조절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해야 하는 일을 마치는 데 필요한 시간을 잘 추정하지 못하고 중요한 일과 그렇지 않은 일, 노력이 많이 드는 일과 그렇지 않은 일에 맞게 적절하게 시간을 배분하지 못한다. 따라서 의식적으로 시간인식을 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손목시계를 착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요즘 흔히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핸드폰으로는 빠르게 시간을 확인하기 어려우므로 손목시계를 차는 것을 추천한다.


일정을 관하도록 한다. 전자기기가 익숙하다면 구글 캘린더 같은 일정 관리 앱이 좋으며, 익숙하지 않다면 종이 수첩도 좋다. 수첩은 항상 휴대하고 다니면서 모든 약속과 할 일을 적어 매일 아침, 점심, 저녁에 들여다보도록 한다. 적어도 하루에 한 번은 새로 변경된 정보를 수정하고, 완료되지 않은 항목을 다시 계획하고 정리하도록 한다.


일의 우선순위를 잘 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누구나 할 일은 많고 시간은 부족하지만, ADHD가 있으면 일의 우선순위를 신중하게 선택하기보다 충동적으로 선택하기 쉽다. 할 일 목록을 만들고 달력을 보면서, 언제까지 끝내야 하는 일인지 급한 정도를 파악하고, 개인의 장단기목표에 있어 중요도에 따라 우선순위를 결정한다.


반복되고 지루하며 하기 싫은 과제를 좀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스스로 보상을 사용하는 것도 꽤 도움이 된다. 큰 과제를 한 번에 할 수 있는 작은 분량으로 나누고, 각 분량을 마친 뒤에 자신에게 보상해 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책상 위에 처리해야 할 서류 더미가 산더미 같이 쌓여서 보기도 싫고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엄두가 나지 않아 손도 못 대고 있다고 하자. 이때 내가 쉽게 해낼 수 있는 시간을 정하고 그 시간만큼 타이머를 맞추고 일을 시작해 보자. 예를 들어 15분만 하기로 결정했다면, 15분만 서류작업을 하고 잠시 쉬는 것이다. 정해진 시간이 끝난 후에도 일을 계속 할 마음이 있으면, 이 방식을 반복하면 된다. 그리고 하기 싫은 것을 하느라 고생한 자신에게 보상을 준다. 산책하기, 친구와 통화하기, 좋아하는 차 마시기 등이 보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주의력이나 충동성의 문제가 있는 청소년이나 성인은 우울, 불안 같은 정서적인 문제가 동반되는 경우도 꽤 흔하다. 무언가를 하려다 실패한 적이 많다 보니 실수할까 두려워하거나, 완벽하게 하려다 시작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럴 때 부정적인 생각과 우울, 불안 같은 감정, 해야 할 일을 미루고 주저하는 행동 등 자신의 마음을 관찰하도록 한다. 내일까지 완료해야 할 과제 때문에 밤새워 일해야 하는 상황에, ‘이걸 못 하면 상사한테 혼나고 회사에서 잘릴 거야.’라는 생각이 들면서, 불안이 더욱 심해지고 정작 일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할 수도 있다. 그럴 때 왜곡된 생각에 저항해서 ‘이건 분명 힘든 일이지만, 전에도 이 정도는 내가 해냈어’라며 스스로 합리적인 설득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인지행동치료의 두 번째 목표는 물건 정리 습관을 익히는 것이다.


일정 관리와 우선순위 정하기가 시간상으로 정리를 하는 것이라면, 물건을 정리하는 것은 공간적으로 정리를 하는 것을 의미한다. 정리를 잘하려면, 1) 원칙을 만들고, 2) 물건을 정해진 장소에 두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중요한 물건을 둘 장소로는, 눈에 잘 띄고, 접근이 쉬우며, 보기에 깔끔한 장소가 좋다. 새로운 물건이 생기면 앞으로 어디다 둘지 분류하고, 물건을 사용하고 난 후 제자리에 놓는 일은, 지루하고 짜증날 수 있지만 일단 몸에 배면 앞으로 물건을 쉽게 찾을 수 있고 스트레스가 줄어들 것이다.


정해진 시간에 취침하고 기상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필요하다. ADHD를 가진 성인이나 청소년은 게임이나 인터넷에 빠져서 하던 것을 중단하지 못해서, 해야 할 일을 끝까지 미루다 마치지 못해서, 내일을 생각하지 않고 늦게까지 깨어 있다가 다음날 직장이나 학교에 지각하는 경우가 많다. 제시간에 취침하고 기상하는 습관이 몸에 배면 이런 문제가 줄어들 수 있다. 따라서 스스로 적절한 취침 시간을 정하고 시간이 되면 컴퓨터, 스마트폰, TV 등 자극이 되는 것을 끄고 취침 준비를 해야 한다.


만약 하던 것을 그만두는 것이 어렵다면,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남으로써 생길 수 있을 결과를 종이에 적어 눈에 잘 띄는 장소에 붙여놓도록 한다. 또 바쁜 아침에 허둥대지 않고 출근이나 등교를 하기 위해, 옷, 준비물, 식사 등 아침에 할 일을 전날 저녁에 미리 준비해 놓는 것이 좋다.


ADHD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이나 성인이 스스로 해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적이 몇 가지 나와 있다. 스스로 책을 보며 해볼 수도 있을 것이며, 잘 이해가 가지 않거나 문제가 잘 해결되지 않는다면 가까운 전문가를 찾아 함께 매뉴얼을 보며 도움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Mary V. Solanto 저. ADHD 성인을 위한 인지행동치료(2019). 시그마프레스. ​



24[증상] 우울한데, ADHD?



 우울한데, ADHD?



대학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지우 씨는 우울한 기분과 무기력함 때문에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았다. 이미 다른 지역에서 1년가량 치료를 받으며 우울함이 다소 나아지긴 했지만, 아직도 좀 우울하고 무기력하다면서, 학교 때문에 병원을 바꾸게 되었다고 하였다. 또 짜증이 많이 나고 말실수가 잦아 동기들과도 종종 다투다 보니 마음을 터놓는 가까운 친구는 없고, 요즘은 사람을 만나지 않는 게 차라리 속 편하다고 하였다.


사실 이런 관계의 문제는 학창 시절 내내 계속되었으며, 그때마다 본인이 문제라 생각하며 울 때가 많았다. 때로는 학교도 가기 싫었고, 과제와 시험 준비도 소홀히 했다. 학교 선생님에게는 조용한 학생이었지만, 수업 시간에는 멍하게 있거나 다른 생각을 할 때가 많았다. 숙제나 해야 할 일을 미루다 마지막에 급하게 대충하거나 아예 제출 못 하는 경우도 흔했다. 평생 이래왔기 때문에, ‘난 원래 이 정도밖에 못 하는 학생’이라고 생각해 왔다. 친구 사이에서도 금방 친해졌다가도 작은 일로 다툼이 잦다 보니, 여학생 그룹 내에서 소외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집에서는 지우 씨에게 이런 어려움이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그냥 친구 관계가 오래 가지 않는다고 생각했을 뿐, 학교에서 크게 문제가 된 적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우 씨는 학창 시절 내내 우울했다. 공부도 친구 관계도 뜻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 내 인생은 왜 이 모양일까? 원인을 찾았지만, ‘그냥 내가 이렇게 생겨먹은 모양’, ‘이런 게 내 운명인가?’라는 생각과 함께 후회가 늘고 점점 자존감만 낮아질 뿐이었다. 



지우 씨의 주치의는 우울증 외에도 주의력결핍 유형의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가 동반된 것으로 판단하고, 확진 검사 후 ADHD 치료를 시작하였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거의 평생 계속되었던 화와 짜증이 거의 사라진 것이었다. 당연히 친구 관계가 좋아지고, 학교에서 사람들을 만나 시간을 보내는 것이 두렵지 않게 되었다. 전에는 5시간 이상 걸리던 그림 작업도 이제는 2~3시간이면 마칠 수 있었다. 또 전에는 하루 일과가 불규칙하고 지각도 많았는데, 이제 규칙적으로 생활하게 되면서 지각도 하지 않게 되었다. 고질적인 수업 시간에 딴생각하거나 멍 때리기도 사라지고 수업 내용을 끝까지 들을 수 있었다. 시험 보기 전에 전에는 절반도 보지 못하고 시험을 봤다면, 이제는 80% 이상 시험공부를 하고 시험을 보니 당연히 성적도 많이 올랐다. 더는 우울하고 무기력하지 않으니 차근차근 졸업 후 취업이나 진로 같은 미래도 준비할 수 있게 되었다.
 
성인기에 우울증으로 정신건강의학과에 내원한 경우, ADHD가 동반된 경우가 간혹 있다. 물론 우울증에 훨씬 흔하게 동반되는 문제는 걱정, 완벽, 꼼꼼, 공포, 사회 공포 등 불안의 문제나, 어린 시절 받은 정신적 충격의 경험일 것이다. 하지만 ADHD가 동반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특히 과잉행동이나 충동성이 심했던 경우라면 초등학교 때 이미 진단받고 치료받았겠지만, 과잉행동이나 충동성 없이 주의력결핍 증상만 있었던 경우는 성인이 될 때까지 전혀 ADHD일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한 채 살아왔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20년간 실수가 반복되고, 수업을 들어도 기억하지 못하고, 시킨 것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사람들은 이를 해결해야 할 문제로 보기보다 능력이 부족한 것으로 아니면 원래 그런 사람으로 생각하기 쉽다. 자신도 학교와 직장에서 매번 실패하고 지적받는 일이 반복되고 대인관계에서도 잘 풀리지 않는 경험이 거듭될수록, 점점 자존감이 낮아지고 우울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처럼 ADHD 증상 때문에 우울 증상이 악화되는 측면은 분명히 있지만, 과연 ADHD 때문에 우울증이 생긴 것인지, 아니면 애당초 ADHD와 우울증에 걸리기 쉬운 기질을 타고난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다만, ADHD로 확진된 청소년이 우울증으로도 동반 진단되는 경우가 30%에 달하는데, 이는 일반적인 청소년이 우울증으로 진단되는 경우가 5%인 것에 비하면 6배에 달하는 것으로, ADHD와 우울증이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따라서, 성인기에 우울증이 있다면 혹시 ADHD 증상이 동반되는지 꼭 살펴볼 필요가 있으며, 만약 동반되었다면 ADHD 증상을 치료함으로써 삶의 질이 많이 호전될 수 있을 것이다. ​



23[증상] 성인ADHD 남편을 둔 아내를 위한 10가지 조언




성인ADHD 남편을 둔 아내를 위한 10가지 조언



오늘도 소정 씨는 중요한 가족 모임에 30분이나 늦은 남편 때문에 속이 상했다. 지각하면 그나마 다행이다. 퇴근 후 데리러 온다고 해놓고 완전히 까먹는 등 약속을 완전히 잊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남편은 상대의 말을 귀 기울여 잘 듣지도 않으니, 덤벙대고 실수도 잦고 직장에서도 맨날 혼나는 눈치다. 이번엔 또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솔직히 내가 직장 상사라도 자르고 싶을 것 같다.


남편은 한 달 전에도 충동적으로 수십만 원짜리 게임기를 덜컥 사버리기도 했다. 보나마나 저것도 몇 번 안 만지고 처박아둘 게 뻔하다. 집은 충동적으로 구매한 후 금세 흥미를 잃고 방치된 것들로 너저분하다. 만들다 만 조립 가구, 창고에 자리만 차지하는 레저용품, 음악 장비. ‘저 사람은 생각이라는 게 없나?’ 화가 치민다. 이번 달 카드값은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그러다 보니 소정 씨는 결혼 초에는, 나와의 약속을 매일 잊어버리니 남편에게 나라는 존재가 이거밖에 안되나 싶어, 부부싸움도 잦았다. 수시로 약속을 잊지 않았는지 챙기고, 잔소리하고, 함부로 물건을 사대지 않는지 간섭했다. 기가 막힌 것은 남편이 적반하장이라는 점이다. 자기를 애 취급하고 잔소리를 퍼붓는다며 화를 내서, 차라리 건드리지 말아야지 하는데도 자꾸 싸우게 된다. 소정씨는 이런 결혼생활이 외롭고 지긋지긋하다. 다시 태어난다면, 이런 사람은 절대 만나고 싶지 않다. 아니, 아예 결혼이라는 걸 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남편도 할 말은 있다. 남편으로선, 아내가 너무 비난하고 잔소리하고 간섭하는 느낌이 든다. 뭘 하든 부인을 만족시키는 일은 불가능할 것 같다. 동등한 성인이 아니라 마치 애 취급을 받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슬금슬금 회피하게 된다. 부인이 제발 좀 마음을 편히 가지고 사사건건 간섭하는 일을 멈춰주었으면 좋겠다.



아내도 불행하고, 남편도 불행하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남편이 보여주는 모습은 전형적인 성인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로 보인다. 성인 ADHD는 직업적, 경제적 문제만이 아니라 관계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반복되는 실수, 충동적인 소비, 뜻대로 안 될 경우 분노 폭발, 배우자의 감정에 공감하기 어려움 등 성인 ADHD의 증상들은 행복하고 화목한 부부관계를 방해하는 특성들만 모아 놓은 것만 같다.


성인 ADHD의 특성이 강한 배우자와 함께 산다는 것은 너무나 슬프고 버거운 일일 수도 있다. 그래도 이 상황이 나아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몇 가지 조언과 마음가짐이 있다.


1. 잔소리는 해롭다. 잔소리는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을 말한다. 잔소리는 순식간에 부부 모두의 감정을 고조시켜 최악의 상황에 이르게 할 수 있다. 따라서 잔소리는 줄일수록 좋다.


2. 대신, 말보다 실질적인 조치를 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약속 시간을 자주 잊는다면, 말로 하기보다 당일 아침이나 약속 직전에 문자를 보내는 것이 좋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스케줄러를 사용하거나 알람을 맞추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충동적인 소비가 많다면 한 달에 취미생활에 얼마씩 지출할지 합의하고, 한도를 넘으면 다음 달 한도를 깎는 방법이 있다.


3. 어조도 중요하다. 배우자와의 관계에 지친 아내(혹은 남편)는 그 동안 쌓여 온 감정이 있기에 건네는 말 한 마디가 날카로워지기 쉽다. 마치 아랫사람에게 하는 지시처럼 들리기도 한다. 비난이 섞인 말을 들은 배우자는 마치 사춘기 자녀처럼 하려던 행동도 하고 싶지 않아진다. 배우자는 자녀가 아니다. 일방적인 지시보다는 협조를 요청하거나, 부탁, 협상하는 것처럼 동등한 상대를 대하듯 하는 것이 서로 감정을 상하지 않으면서 효과적으로 요구하는 방법이다.


4. 눈앞에 벌어진 배우자의 잘못을 비난하기보다, 배우자의 잘못으로 인한 내 깊은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당신이 사놓고 쓰지도 않는 저 텐트와 등산용품이 얼만지 알아? 도대체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라고 말하면, 100% 분노가 섞인 변명이 돌아올 뿐, 다음 달에도 충동적인 소비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대신에 "당신의 충동적인 소비 때문에 이번 달 아이 학원비가 부족할 것 같아 너무나 걱정이 돼."라고 말한다면, 남편이 충동적인 소비를 하려는 순간 걱정하는 배우자의 모습이 떠오르며 조금이나마 주저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5. 입장 바꿔 생각하기를 가끔 사용하면 효과적이다. 내게 중요한 약속시간에 남편이 30분 늦었을 때 "왜 늦었냐?"며 따지고 화내기보다, "당신에게 중요한 약속시간에 내가 30분 늦는다면 당신도 아주 화나겠지? 약속시간을 잘 지켜주기 바라." 라고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6. 배우자의 잘못을 비난하지만, 때로는 나 자신도 비슷한 잘못을 저지를 때가 있다. 나 자신도 모범을 보이면서, 배우자에게 요구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다. 또한, 내가 잘못하고도 인정하지 않으려 하면, 상대도 나중에 잘못을 저지르고도 인정하지 않으려 할 가능성이 높다. 내가 잘못했을 경우 나도 잘못을 인정하고, 상대가 잘못했을 경우에는 상대에게도 사과를 요구하는 것이 좋다.


7. 배우자가 충동적인 행동으로 인해 좋지 않은 결과를 겪게 된 경우, 가능한 한 스스로 해결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부부는 경제적 공동체라 남편이 저지른 사건의 영향이 아내에게도 미치기 때문에, 남편이 경제적인 사고를 저지르고 아내가 뒤치다꺼리를 하는 패턴이 평생 반복되는 가정이 있다. 자신이 저지른 행동의 결과를 자신이 겪음으로써 스스로 충동성을 조절하는 자제력이 향상되는 효과가 있다.  


8. 이런 배우자의 문제행동은 결코 단시간에 고쳐지지 않는다. 어쩌면 평생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마법처럼 바뀌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꾸준히 노력하면서 문제가 조금씩 줄어드는 것은 가능하다


9. 혹시 나 자신이 우울하거나 예민한 것은 아닌지, 또 눈높이가 너무 높은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평생을 우울하거나 너무 예민하게 살아온 사람들은 그 상태를 정상으로 느끼면서, 다른 사람이 오히려 너무 부주의하고 실수가 잦다고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10. 자신이나 배우자의 문제가 오랜 기간 상당히 심각하다고 느껴진다면, 정신건강의학과에 방문하여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참고문헌


 Barkley RA, Myrphy KR, Fischer M. ADHD in Adults: What the science says. Guilford Press: 2008. P245-399
 Shiri BN, Inbal M, Michal K. Life With a Partner with ADHD: The Moderating Role of Intimacy J Child Fam Stud: 2017. P1365-1373




22[증상] 알기 쉬운 성인 ADHD



알기 쉬운 성인 ADHD


38세 사업가 기철 씨는 부인의 성화에 못 이겨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실에 들어왔다. 남자가 일하는 게 힘든데 술 좀 마실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해졌다. 상대가 납득할만한 상황 설명 없이 다짜고짜 화를 내며 이야기해 당황스러웠고, 개인적 거리 유지 없이 얼굴을 들이밀어 다소 위협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부인은 이런 모습에 지친 듯 무표정한 표정으로 먼 곳만 바라보고 있었다.


기철 씨는 부인이 얼마나 예민하고 짜증스러운 사람인지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최근 진행 중인 사업에 관해 이야기하고, 내용이 채 끝나기도 전에 느닷없이 정신과에 오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이냐고 묻는 등 주제가 자꾸 바뀌어 정신이 없었다. 말의 속도도 빠르고 목소리도 컸으며, 아내가 하는 말을 끊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하였다.


부인은 남편이 술만 먹고 들어오면 욕을 하고 집안을 시끄럽게 해서 술을 자제해 주길 바라지만, 싸워도 보고 애원을 해봐도 소용이 없다며 눈물 지었다. 기철 씨는 결혼 전부터 한 가지 직업을 갖고 꾸준히 일해 본 적이 없었다. 첫 회사는 대학을 졸업하고 전공인 컴퓨터 프로그래밍 능력을 살려 중소기업에 취직했는데 단조롭게 반복되는 회사 일에 쉽게 싫증을 느끼며 지루해하였고, 반복되는 사소한 실수에 상사와 트러블이 생겨 욱하는 마음에 한 달을 채우지 못하고 그만두었다. 이후 또 다른 회사들에 취직했지만 역시 비슷한 상황으로 그만두기를 반복하다 얼마 전 지인의 권유로 사업을 시작하였다.


부인은 꾸준히 일하지 못해 생활비를 제대로 주지 않는 남편 때문에 살림하는 것이 힘들었는데, 준비 기간도 없이 갑자기 사업을 하는 바람에 대출까지 생기고 일도 잘 안되는 것처럼 보여 막막하고 불안하였다. 기철 씨는 늘 이런 식이었다. 하고 싶은 것이 생기면 갑자기 통보하듯 저질렀고, 충동구매를 일삼았으며, 어떤 것을 하든 성격이 급하고 참지를 못했다. 성격이 기분파여서 주변에도 비슷한 친구들이 많았는데 그 친구들과 어울려 걸핏하면 술을 마시고 사고를 치기 일쑤였다.


쉬는 날이면 집에서 게임만 주야장천 잡고 있었고, 부인이 잔소리해 겨우 같이 장이라도 보러 가는 길엔 행인과 사소한 시비가 붙어 싸우기도 하였고, 계산 줄을 기다리지 못하고 먼저 차에 가 있는 경우도 많았다. 부인은 이렇게 한 가지 일을 진득이 하지 못하고 기분에 따라 행동하는 것성인 ADHD가 의심된다고 했다.


한참 시간이 지나 감정이 가라앉은 기철 씨는 그제야 일을 할 때 자꾸 미루게 되고 이런저런 생각들이 많아 머리가 너무 복잡해서 집중하기 어렵다고 토로하였다. 중, 고등학교 때에도 수업 시간에 딴생각을 하거나 멍하게 있을 때가 많았으며, 숙제를 안 해버린 경우도 많았다고 하였다. 늘 말이 많고 장난기가 넘쳐 주변에 친구가 많았지만 사소한 일로 욱해서 싸우는 경우가 잦았고 지금까지 연락하는 절친은 없다고 하였다.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주의력 결핍과 과잉행동, 충동성을 주 증상으로 하는 질환으로 대개 소아청소년기에 진단되는 경우가 흔하다. 하지만, 성장하면서 증상이 호전되기도 하거니와, 이러한 증상들을 평생 못 고치는 성격의 일부라고 받아들이면서 살아가는 경우도 많아서, 성인기에는 소아청소년기에 비해 ADHD 증상만을 가지고 진료를 받으러 찾아오는 사람은 많지 않은 편이다. 차라리 우울, 중독, 공황, 대인갈등, 불면 등 다른 증상으로 방문하였다가 ADHD 증상이 발견되거나, 중요한 시험을 앞두거나 직장 생활 중에 집중의 어려움, 건망증, 잦은 실수 등의 문제로 찾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기존에는 이런 문제를 흔히 개인의 성격 문제나 성실성, 능력의 문제로 생각해왔으나, 이제는 적절한 평가를 통해 성인 ADHD라는 것이 확인된다면, 치료를 통해 충분히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

21[약물치료] 약을 먹으면서, 너무 쳐져 보여요



약을 먹으면서, 너무 쳐져 보여요

    

 

아이가 약을 먹은 다음부터 너무 쳐져 보여요. 어떨 때는 안쓰러울 정도예요.”

표정이 굳어지고, 잘 웃지도 않아요.”

전 같으면 신나게 웃고 떠들고 놀 텐데, 요새는 우울해 보여요.”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로 진단받고 약물치료를 시작한 후, 부모에게서 간혹 듣는 질문이다.

어째서 아이가 우울해 보이는 것일까? 이럴 때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1. 우선, ADHD 치료를 받기 전에 상당히 부산했는데, 그런 자녀의 모습에 부모가 익숙해져 있을 수 있다.


람은 적응력이 매우 뛰어나서, 몹시 추운 날씨이건, 산소가 희박한 고산지대이건 오랜 시간 지내게 되면 몸이 그 환경에 적응할 수 있다.

몹시 추워도 그냥 견딜 만하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아주 우울하거나 심한 강박증으로 힘들어하면서도, 본인이나 가족은 세상살이가 원래 그런 것인 양,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경우가 있다.

 

ADHD도 마찬가지이다. 남들이 보기엔 굉장히 부산한데도, 같이 사는 부모 입장에서는 그 정도의 부산함은 정상이라고 느껴질 수 있다. 따라서 약을 먹고 나서 차분해지는 모습이 부모에게는 오히려 너무 쳐져 보이고 우울하게 보일 수 있다. 심지어 우리 아이는 아무 문제없는데, 학교나 주변 사람들이 너무 예민해서 우리 아이만 차별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 이 자녀로 인해 부모 자신도 힘들지 않았는지, 혹시 다른 자녀가 있다면 그 자녀보다 훨씬 행동 문제가 심하지는 않은지, 이 자녀를 잘 아는 다른 사람의 평가를 잘 들어볼 필요 있다.

    

 

2. ADHD 치료제의 용량이 너무 과할 때이다.


ADHD 치료제는 대체로 체중에 비례해서 용량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체중에 비해 소량을 처방했는데도 부작용이 나타나는 경우가 간혹 있다. 이럴 때는 대개 식욕저하, 두통, 복통 등 다른 부작용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으며, 처방용량을 줄이거나 다른 계열의 치료제로 변경하는 방법이 효과적이다.



3. 메틸페니데이트 계열 치료제의 약효가 떨어질 무렵, 일시적으로 우울이나 짜증이 증가하는 경우이다.


예를 들어 8시간 정도 약효가 지속되는 메디키넷을 오전 8시에 복용한 자녀가 낮시간 동안에는 잘 지내다가, 오후 4시쯤 1~2시간 정도 심하게 우울해하거나 짜증을 낼 때가 있다. 이런 경우가 흔하지는 않지만, 부모 입장에서는 약물치료를 받기 전에 이런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고 오히려 이전보다 나빠진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당황하고 놀라 약물치료를 중단하기 쉽다. 스포츠에서 세게 튕겨 나온 공을 리바운드라고 하듯이, 약물의 효과가 떨어져 갈 무렵 증상이 일시적으로 더 강하게 나타나는 현상리바운드 현상이라고 부른다. 부모가 보기에 약물치료를 받은 후 학교에서 행동이 좋아졌는지는 잘 모르겠고, 하교한 직후 일시적인 행동 악화와 저녁 무렵 예전과 똑같은 모습만 뚜렷이 보이기 때문에, 약물치료의 효과가 없고 부작용만 있다고 판단하기 쉽다. 이런 경우 낮 동안의 행동 변화를 평가하기 위해 교사의 평가를 들어보거나, 부모가 직접 자녀를 관찰할 수 있는 주말 낮 시간대에 잘 관찰할 필요가 있으며, 다른 치료제로 변경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

    

 

4. 자녀의 행동 문제로 진료를 받고 약물 처방도 받았지만, 자녀의 우울해 보이는 변화가 약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부모가 자녀를 대하는 태도의 급격한 변화 때문인 경우도 있다.


그동안 자녀에게 상당히 허용적인 양육을 해오다가 진료 후 갑자기 강한 훈육을 한 경우, 특히 자녀가 우울해 보일 수 있다. 이런 경우 자녀를 대하는 태도의 변화는 유지한 채 약물치료를 중단하더라도 자녀의 우울해 보이는 모습은 비슷하게 나타나며, 자녀를 대하는 태도를 다소 유연하게 함으로써 자녀의 우울함이 줄어들 수 있다.

    

 

5. 약물치료를 시작할 무렵, 부모가 미처 눈치채지 못한 안 좋은 일이 자녀에게 생긴 경우가 있다.


부모가 보기에는 공교롭게도 약물치료를 시작한 시점부터 쳐져 보이고 우울해 보이기 때문에, 이런 자녀의 변화가 약을 먹어서라고 판단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로는 자녀가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고 있거나, 친구와의 다툼, 또는 부모에게 차마 말 못 할 고민으로 인해 우울해진 경우이다. 이런 경우 약물치료를 중단해도 자녀의 우울함이 지속되며, 자녀가 우울해진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자녀와 원활한 소통이 중요하고, 자녀 주변의 사람들로부터 정보를 얻는 것도 도움이 된다. 자녀의 고민과 문제가 자녀의 ADHD 증상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면 ADHD 증상을 더욱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필요하다.

    

 

6. 원래 ADHD 증상과 우울증이 함께 있었는데, ADHD 증상이 심해 우울 증상은 그다지 눈에 띄지 않다가 약물치료를 통해 ADHD 증상들이 가라앉으면서, 비로소 우울의 문제가 두드러져 보이는 경우가 있다.


대체로 ADHD로 진단된 아동의 30%에서 우울증이 동반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는데[ADHD의 동반질환], 이는 ADHD 3명에 한 명 꼴로 청소년기에 우울증으로도 진단된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진료와 평가를 받기 전부터 ADHD 증상과 우울 증상이 함께 있었는지 꼼꼼하게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런 이유로 ADHD를 처음 평가할 때 종합심리검사를 대개 함께 시행하는 것이다. 만약 우울증이 ADHD 증상과 함께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면, ADHD 치료와 함께 우울증도 치료하는 것이 필요하다.

 

 




20[증상] ADHD는 잠에도 문제가 생기나요?